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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강원> 숲으로 둘러싸인 강원도.."나무는 삶의 원천"

 

산림으로 이뤄진 강원도..나무는 지역민의 삶의 원천 

오래된 나무 '신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 

생활에 필요한 도구 '활용' 다양  


강원도는 산림 수도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숲과 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전체 면적의 81%나 숲으로 덮였는데, 특히 나무는 단순한 자연을 넘어 지역민의 삶 그리고 신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나무와 조화롭게  또 지혜롭게 공존해 온 강원도 사람들의 발자취를 되짚어 본다.

  

강원지역 주민들은 오래된 나무가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수호신 역할을 하는 나무를 신목(神木)’이라 여기고 인간과 신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무들은 함부로 베지 않고, 상하지 않게 신경 썼다

원주시 반계리 은행나무와 강릉시 현내리 고욤나무, 삼척시 갈전리 느릅나무 등과 같이 마을 사람들이 특정한 날을 잡아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마을 전체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소원을 비는 대상으로 여기기도 했다. 속초시 설악동 소나무는 나무에 돌을 쌓으면 장수한다는 전설이 있고, 평창군 운교리 밤나무는 아들을 낳고 싶은 사람이 기도하면 아들을 낳게 된다고 전한다.

일반적으로 전통 마을에서 수령이 오래된 나무는 주로 마을의 입구나 중앙, 때로는 뒷산에 위치하면서 그 마을의 역사와 함께했다. 영월군 하송리 은행나무는 영월 엄씨의 시조인 엄임의(嚴林義)가 영월로 이주해 와 정착하면서 심었다고 전한다. 영월군 청령포의 관음송은 단종의 유배와 관련한 다양한 설화를 지니고 있고, 강릉시 오죽헌의 율곡매는 이름처럼 율곡 이이(栗谷 李珥)와 관련이 깊다.


강원도 사람들은 나무를 신앙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주변 야산을 다니면서 자신이 만들 도구에 맞는 나무를 직접 고르고, 언제 벨 것인지도 정했다. 강원도 사람들은 나무를 베는 시기를 나무가 물이 내렸을 때라고 표현했다. 절기로는 입동에서 우수에 해당한다. 입동 무렵의 나무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영양분의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나뭇잎을 떨어뜨린다. 우수에는 나무가 수분을 빨아들이기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입동과 우수 사이, 나무의 수분이 최소가 되었을 때 나무를 베었다. 이 때 벌목한 나무는 수분이 없어서 수분이 가득 차 있을 때보다 가벼워 이동이 쉽고, 건조하는 시기를 단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건조 과정에서 변형도 적다.

 

벌목한 나무를 옮길 때도 나무의 크기나 양, 장소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작은 나무는 손으로 들고 내려오거나 지게로 옮겼다. 큰 나무는 소를 이용해서 옮겼는데, 특히 겨울철 눈이 왔을 때는 소 뒤에 발구라는 일종의 썰매 같은 도구를 달아서 옮겼다.

산판이라는 전문적인 벌목 현장에서는 땅이 녹기 시작하는 이른 봄에 나무를 옮겼다.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이라는 나뭇길을 만들어 나무를 아래로 옮기는데, 이른 봄에 비나 눈, 혹은 전날 일부러 물을 뿌려 밤새 언 에 나무를 놓아 미끄러져 내려가도록 했다.

경사가 심하지 않은 평지에서는 두 사람 이상이 짝을 맞추어 나무를 얽어맨 밧줄에 몽둥이를 꿰어 어깨에 메고 나르기도 한다. ‘목도라고 하는데 주로 네 명이 옮기는 사목도가 일반적이었지만 나무가 크고 무거우면 팔목도까지 동원되었다.


베어온 나무를 도구로 만들기 위해서는 건조, 굽기, 삶기, 찌기, 태우기, 불리기 등의 가공 과정이 필요하다.

나무는 제일 먼저 건조 과정이 필요하다. 집을 짓거나 구유(소나 말의 먹이를 담아 주는 그릇)처럼 부피가 큰 것은 산에서 겉껍질을 벗기고 건조한 뒤에 옮겼다. , 도끼, 괭이 등 작은 도구의 자루로 사용할 목재는 겉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말렸다.

코뚜레처럼 휜 나무로 만들거나 반대로 휜 나무를 펴서 사용해야 할 때는 나무를 구웠다. 급하게 사용할 목재가 없는 경우에도 건조를 목적으로 나무를 굽기도 했다.

겉껍질을 이용하거나 나무의 겉껍질을 벗기기 위해서 가마솥에 물을 넣고 나무를 삶기도 했다. 대나무가 자라지 않는 강원도에서는 부드러운 바구니를 만들기 위해 싸리나무를 삶아 겉껍질을 벗겨 사용했다. 삼베옷을 만들거나 종이를 만들기 위해 대마나 닥나무를 쪄서 겉껍질을 벗겼는데 이것을 삼굿이라 하였다.

벌통이나 절구통처럼 속이 깊은 도구를 만들 때는 위로 타는 불의 속성을 이용해 나무에 직접 불을 올려놓고 탄 부분을 긁어내는 과정을 반복했다.

나무로 그릇을 만들 때는 마지막에 거친 표면을 다듬기 위해 사포질을 한 뒤 물이나 공기 접촉을 막는 기름칠이나 옻칠을 한다. 강원도에서는 사포 대신 속새라는 식물로 거친 면을 다듬고, 옻칠 대신 비교적 구하기 쉬운 고운 황토를 발라 나무의 미세한 구멍을 막고 들기름을 발라 마무리했다.

 

강원도에서는 주로 소나무와 참나무, 박달나무, 물푸레나무, 피나무, 느릅나무, 싸리나무, 자작나무처럼 단단하고 사용하기에 부드럽고 탄력이 좋은 나무들이 활용도가 높았다. 강원도 사람들은 도구에 따라 적합한 나무를 선택할 줄 알았고, 지역별로 구하기 어려운 나무는 성질이 비슷한 나무로 대체해서 만들기도 했다.

논이나 밭을 갈 때 사용하는 쟁기의 경우, 각 부분의 기능에 따라 그 부분에 사용하는 나무 조합을 달리하기도 했다.

 

강원도 사람들은 나무를 마치 신처럼 믿고 의지하기도 하고 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데 이용하면서 나무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와 지혜를 남겼다. 강원도 사람들에게 나무는 단순히 신앙이나 생활자원으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랜 세월 조화로운 삶을 통해 축적한 삶의 방식이자 지적 자산의 원천이다.


 

 

자료 출처 : (강원학 학술총서 15) 강원도 수목민속의 의미와 가치 연구(최명환, 이영식, 2019)

자료 도움 : 강원역사문화연구원 강원학연구실 학술연구정보팀

이종우 기자 jongdal@g1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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