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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좋은날
방송일시 매일 오전 9시~11시
진행 강민주
구성 김지은
은영이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작성자 :이수진
등록일 :2012-05-29
조회수 :635
언니. 원래 가까운 사이끼리 ‘미안해’, ‘고마워’ 이런 말하기 쑥스럽잖아요.
저 역시 매일같이 보는 친구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얼굴보고 말하긴 너무너무~ 쑥스러워서 편지로 몇 글자 적어볼게요.
부모님보다 더 자주 봤던 나의 친구, 은영아!
우리 둘 다 까칠한 첫인상과 말투 때문에 너랑은 유난히 친해지기 힘들었지.
그런데 지금은 이틀을 걸려 연락하는 단짝이 돼있네?
우리가 함께 공부를 했던 시간은 2년, 그리고 널 알고 지낸 시간은 .. 다 합쳐보니 벌써 8년이다.
그동안 너무 많이 일이 있어서 하나씩 말로 꺼내놓기도 벅차.
나는 먼저 너한테 미안하단 말을 하고 싶어. 공부한다는 핑계로 너에게 늘 신경질 적으로 대한 거...
우리 둘 다 같은 목표를 갖고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윈-윈인 사이지만 가끔은 그게 나를 참 힘들게 했어.
하다못해 토익시험을 봐도 네 성적이 더 잘 나오면,나 속으로 너무너무 배가 아프고 그랬었다?
나 정말 너무 못됐지 ?
얼마 전, 너는 2년간 공부의 결실을 맺었잖아.
그렇게 원하던 회사에 취직을 했고 나는 떨어지고 말았지 ..
우리 함께 한 시간을 생각하면 천번 만번 축하해줬어야 당연한데
나 정말 그럴 수가 없더라..똑같이 공부했고 너와 내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왜 너만 붙었을까.. 이런 생각만 들었어. 그래서 결국은 네 앞에서 울어버렸지.
‘나도 열심히 했는데 왜 너만 붙은 거냐고. 사람도 몰라보는 이런 회사 다녀봤자 뻔하다고. 떨어지길 잘했다고..’이런 말도 안 되는 독설을 퍼부으면서,
네 앞에서 정말 몇 시간이고 목 놓아 울었던 것 같아.
너는 축하 받아야 할 그 자리에서 내 한탄과 독설을 들으면서 나를 위로해줬고,
나는 그 고마움도 모른 채 ‘네가 뭘 안다고 이래.’ 라고 말하며 네 손을 뿌리치고 돌아왔어.
근데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내가 너무 유치하고 바보 같았던 거야.
아무리 속이 상해도 ‘축하한다.’고 말해줬어야 하는데.
그게 2년간 함께 공부하고,
8년간 함께 지낸 친구에 대한 예의였는데 .. 그 이후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대하고,
나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너를 만나고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묵직한 미안함이 늘 남아있었어.
은영아. 미안해. 너는 늘 날 위해 양보하고, 내 전화 한통에도 날 보러 와주던 소중한 친구였는데..
내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어두운 날엔, 얼굴을 봐야 마음이 놓인다며 늘 우리집 앞까지 늘 왔었잖아.
그렇게 착한 친구인데 내 마음 챙기자고 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어.
그리고 혹시라도 내가 서운해 하고 자존심 상해할까봐,
회사 생활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고 힘든 기색도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 나 눈치 채고 있었어.
친구 좋다는 게 나의 힘든 점을 말할 수 있다는 건데,
너는 단짝 친구인 나에게 그런 고민 한번 털어놓지 못했잖아.
그 점도 너무 미안하고, 또 나를 배려해준 것 같아서 너무너무 고마워.
이제 너는 직장인, 그리고 나는 여전히 취업 준비생으로 남아
지금은 떨어져있지만, 니가 얼마 전에 이런 문자 보냈었지 ?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자.’ 라고. 맞아. 네 말대로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자.
늦었지만 이제라도 진심으로 축하해줄게. 네가 내 친구인 게 너무 자랑스럽고,
나는 비록 한발 늦었지만, 늦은 만큼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우리 그전처럼 함께 지내게 될 그 날을 기약하자. 은영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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