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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좋은날
방송일시 매일 오전 9시~11시
진행 강민주
구성 김지은
<러브레터>
작성자 :이경아
등록일 :2012-04-23
조회수 :630
30년을 살아도 어색한 아버지께

아직도 마냥 제 자신이 어리게 느껴지는데, 벌써 30을 넘어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아버지는 섭섭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한 분이셨습니다. 어린 시절 돌아보면 엄하신 할아버지의 그늘이 너무 커 집에서 아버지의 자리가 별로 없으셨습니다. 딸 부잣집의 아버지셨지만, 아버지는 과자 한 번, 인형 한 번 딸들을 위해 들고 오신 적 없는 다정함이 별로 없으신 분이셨습니다. 그런 아버지께 인정받고, 칭찬받고,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학원도 다니지 않으며 어린 시절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항상 오르는 성적표를 아버지께 가져가며 "우리 딸, 잘했다!"라는 칭찬 한마디가 너무 듣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대학교에 수석 입학하며, 직장을 얻을 때까지 아버지께 "수고했다.", "잘했다."라는 말 한마디를 듣지 못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아버지의 그런 모습이 너무 섭섭하여 성적표를 들고 뒤에서 혼자 울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혹시 내가 아들이 아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라는 어리석은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마을분들에게 딸들 앞에서는 못하셨던 딸들의 칭찬과 자랑을 늘어놓으셨다는 아버지.
항상 아버지가 딸들, 특히 맏딸에게 더욱 표현에 인색하다고 생각한 저였지만 돌아보면 제 자신도 아버지께 먼저 다가가 표현하지 않았다는 것을. 30살이 넘어가는데도 아직도 아버지와 단 둘이 있을 때 어색해 하는 딸, 저는 그런 딸입니다.
그런 아버지의 무뚝뚝한 성격을 싫어했었는데, 성인이 된 지금의 제 모습에서 고지식하고 무뚝뚝하며, 정도만 걸으려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작년 결혼식장에서 빨간 카펫을 밟으며 아버지의 팔짱을 처음으로 끼고 걸으며 "아버지, 사랑해요."라는 고백을 처음으로 수줍게 한 것 같습니다. 아버지, 많이 사랑하고요, 아프지 마시고요, 그리고 30살이 넘은 딸이 작은 부탁드립니다. 조금만 딸에게 표현해주세요. "잘했다고, 사랑한다고." 저도 표현 많이 하는 딸이 되겠습니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큰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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