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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좋은날
방송일시 매일 오전 9시~11시
진행 강민주
구성 김지은
러브레터
작성자 :이규철
등록일 :2011-11-29
조회수 :669
오래 다니던 회사에서 만년 대리로 오래도록 일해왔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저에겐 그렇게 힘들더라구요.
잦은 회식에 부장님 과장님 눈치에..
새로들어온 신입사원들 챙겨야지...
나보다 늦게 들어왔으면서도 먼저 승진하는 후임들을 볼때면...
왠지모를 허전함과 자책감에...
저로썬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전 과감히 작년 겨울에 회사를 그만두고...
집앞 작은 사거리에 만두가게를 하나 내었습니다.
제가 워낙 만두를 좋아해서.....
퇴근길에 자주 사다 먹곤했던 감각을 살려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만두를 만들겠단 각오로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회사사람들을 상대하는 것과 우리가게 고객을 상대하는 일은 역시 다르더군요~
오랫동안 사라졌던 웃음꽃도 피고,,, 몸은 고되지만 하루하루가 즐겁기만했습니다.

가게를 시작 했을 때쯤이었을 겁니다.
추운 겨울에....
꼬불꼬불 긴 파마머리를 빨간 목도리안에 칭칭 감아 넣고 똥그란 두 눈만 반짝이던 그녀를 만난건...
그녀도 꽤 추웠는지...
동동 발을 구르며, 만두를 사갔습니다.
그녀는 '와~ 집앞에 만구 가게가 생겨서 너무 좋아요. 전 만두를 너무 좋아하거든요.'였습니다.
그때 전 왜그랬을까요?
'아~ 네...'
단답으로 대답해 버리곤 눈만 하염없이 떨구고 있었습니다.
'자주 올께요.' 상냥하게 두마디 말만 남기고 가버린 그녀의 뒷모습만 한참을 바라보던 첫날이 생각나는군요.
벌써 봄이 지나고 무더웠던 여름도 지나고 다시 쌀쌀한 만두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그녀는....
그날 이후로...
소중한 저의 고객입니다.
단골인 그녀는 자주 찾아와 주고, 맛있게 만두를 먹어준답니다.
하지만 전 여전히 그녀 앞에만 서면 바보처럼 고개만 떨구고 있어..
이렇게 힘을 내어 라디오를 통해 그녀에게 러브레터를 보내고 싶습니다.

수줍음이 많아 일년이 다되도록 이름조차 묻지 못했던... 그녀에게...
만두를 파는 일이 왜이렇게 즐겁고 행복한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바로 당신이 있었기 때문인것 같아요.
며칠이 지나도록 당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날은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으니깐 말입니다.
지난 일년동안 당신에게 제가 드릴수 있었던건 단지 만두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제마음을 드리고 싶네요.
좋아합니다.
만두보다 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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