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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강원: 영월 '물무리골'>


 

고요한 시간을 걸을 수 있는 숲

 

 

강원도 영월. 단종의 아픔이 서린 고장이자 동강의 푸른 숨결이 흐르는 땅. 그 한켠, 장릉 곁의 조용한 골짜기에는 물무리골이라는 이름처럼 고요한 시간을 간직한 내륙습지가 자리하고 있다.

 

사계절 내내 숲의 깊은 숨소리를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인간과 자연이 거리를 좁히며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눈에 띄는 웅장한 풍경은 없지만, 그 대신 고요하고 따뜻한 생명의 결이 느껴진다.




맨발길의 치유


물무리골에서는 숲을 발로 느끼는 맨발길이 있다.

물무리골 생태습지를 걷다 보면 이내 나무 데크길과 마주한다. 데크는 습지의 생태를 보호하면서도 자연 속을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이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인상 깊은 구간은 이른바 맨발 어싱길이다.

300m 길이의 어싱길은 다양한 소재의 바닥재로 구성되어 있어, 신발을 벗고 자연을 오롯이 발로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운 흙, 자갈, 나무 조각, 잔디 위를 걷다 보면 발끝에서부터 마음까지 풀리는 듯한 편안함이 밀려온다.

 

몸의 긴장을 내려놓고, 자연과 닿은 발바닥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 물무리골은 단순한 산책길이 아닌 회복의 공간이 된다.



 

생명이 노래하는 고요한 숲


습지를 따라 걷는 동안 수많은 생명과 마주한다. 늪지 사이로 피어난 야생화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그리고 작은 곤충들의 움직임이 살아 있는 풍경을 만든다.

특히 6월에서 8월 사이에는 숲의 요정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인공적인 조형물이나 화려한 장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곧 전시물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정돈되지 않은 질서 속에서 오히려 더 깊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새소리와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 습지 사이를 흐르는 물소리가 교향곡처럼 들려온다. 모든 감각이 깨어나는 경험이다.



 

계절을 품은 풍경


물무리골은 계절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진다. 봄이면 파릇한 새싹과 야생화가 피어나고, 여름에는 녹음이 짙어지며, 가을엔 반딧불이가 숲을 수놓는다. 겨울에는 눈이 내려 고요함이 더욱 깊어진다.

그날의 하늘과 바람, 햇살에 따라 습지의 색이 달라진다. 그래서 같은 길을 걷더라도, 계절마다 사람마다 다른 기억이 새겨진다.

 

자신과 다시 만나는 길


물무리골을 걷는다는 것은 자연 속을 지나가는 동시에 자신 안의 조용한 풍경을 마주하는 일이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시계를 보지 않으며, 오로지 나무와 하늘, 바람만을 벗삼는 시간.

지친 마음과 분주한 일상으로부터 한걸음 물러나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회복이 가능한 곳. 영월의 물무리골은 그런 의미에서 치유의 숲이며, 조용한 위로가 되는 장소다.

 

 

여행 정보

위치: 강원자치도 영월군 영월읍 영월로 1713-12 (장릉 주차장 인근)

운영 시간: 상시 개방, 무료

포인트: 맨발 어싱길, 야생화 탐방

 

 

(자료 도움: 영월군, 강원관광재단/ 사진출처: 강원자치도 동트는 강원’)

이종우 기자 jongdal@g1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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