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술’이라 불리는 막걸리는 주세법과 발효의 특성 때문에 그 지역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전통 곡주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술은 지리적 환경, 기후적 특성, 생활수준에 맞는 지역의 흔한 식재료들로 빚어졌고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산간지대에서는 벼농사가 어려워 쌀이 귀했기 때문에 감자와 옥수수, 메밀 등을 주재료로 막걸리를 빚어 마셨습니다.
강냉이 막걸리라 불리는 옥수수 막걸리는 멥쌀 또는 찹쌀만을 이용해 빚은 막걸리에 비해 시간과 수고로움이 배로 듭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집에서 옥수수 막걸리를 빚는 곳을 찾기란 산촌음식 찾기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먼저 잘 여문 찰옥수수는 말려서 고운 가루로 만들고 옥수수 가루가 잠길 만큼 물을 붓고 한나절 정도 불립니다.
불려 둔 가루에 3배 가량의 물을 더해 부드러운 죽과 같은 형태가 될 때까지 끓여줍니다.
잘 퍼진 옥수수죽에 엿기름을 넣고 따뜻한 온도(대략 섭씨 40도)에서 또 한나절을 기다립니다.
이렇게 기다리는 동안 멥쌀은 씻어서 불려둡니다.
한나절을 삭힌 옥수수죽은 베보자기를 이용해 거르고 다시 끓이기를 시작하여 반이 될 때까지 조려서 식혀주면 됩니다.
이때 너무 졸이면 막걸리가 독해지고 덜 조리면 순해진다고 합니다.
그렇게 졸인 즙에 불려둔 멥쌀을 고두밥을 지어 누룩과 함께 잘 섞어주고 항아리에 담아 발효시키면 옥수수막걸리 빚기가 비로소 끝이 납니다.
그 다음은 기다림의 미학입니다.
이불을 덮은 항아리는 실내온도(섭씨 25도)에서 사나흘 두면 술 익는 소리가 멈추고 괴어오르던 술이 가라앉습니다.
발효가 끝나면 볕이 없는 서늘한 곳에서 30일가량 숙성시킵니다.
원주의 알코올 도수는 14%를 훌쩍 넘깁니다.
체에 걸러 적당하게 가수하여 음용하게 되는데 이것이 강원도 옥수수막걸리인 겁니다.
막걸리보다 조금 더 손이 가는 강냉이 동동주는 제주로 사용할 때 주로 빚는데 방법은 막걸리와 비슷합니다.
강냉이를 하루 종일 불려서 엿기름에 반나절 삭힌 뒤 엿물이 될 때까지 달이고 찹쌀밥을 고슬고슬하게 쪄서 식힌 후 빻아 놓은 누룩과 잘 섞어 단지에 담고 발효를 시킵니다.
찹쌀밥이 적당하게 삭으면 윗부분을 조심스럽게 따로 퍼서 제주로 또는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고 밑에 죽과 같은 형태로 남은 찌꺼기는 성근채에 걸러줍니다.
한번 거른 다음 물을 부어 한참을 주물러주고 다시 거르기를 두어 번 해서 먼저 걸러 둔 막걸리와 모두 섞어 가는 체나 망을 이용해 걸러주면 이 또한 강냉이막걸리이며 농주로 사용했고 농사일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 허기를 달래주는 강원 산촌의 대표 술이었습니다.
옥수수막걸리는 옥수수만을 사용하지만 산촌지역 형편에 따라 멥쌀이나 찹쌀 또는 감자를 섞어 빚는 등 다양한 제조법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옥수수술 가운데 강원도 홍천의 옥선주와 춘천의 한옥로, 원주의 엿술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자료도움: 강원학연구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