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기획: 강원의 ‘고갯길’을 가다> ⑤ 구룡령, 자연의 원형을 간직한 대간 길

 구룡령은 양양군 서면 갈전리와 홍천군 내면 명계리를 잇는 400리 고갯길로 영동과 영서를 가르는 분수령입니다.


 구룡령은 진부령, 한계령, 미시령에 비해 산세가 평탄하여 양양지역과 고성지역 사람들이 한양에 갈 때 주로 이용했다고 합니다.


 구룡령은 사람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아 자연의 원형을 비교적 잘 간직한 대간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오랫도안 강원도의 영동과 영서를 잇는 주요 상품 교역로였습니다.



 양양과 고성지역 선비들이 과거를 치르기 위해 한양을 갈 때, 구룡령에서 용의 영험함을 빌며 과거 급제를 기원하던 길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는데, ‘구룡령’이란 이름은 ‘아홉마리 용이 고개를 넘어가다가 지쳐서 갈천리 마을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고갯길을 넘어갔다’는 설화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집니다. 


 고려시대에는 ‘구름도 잡혀 쉬어가게 만든다’는 뜻의 ‘구운령’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과거 홍천과 양양지역 주민들은 각각 자기 쪽을 아흔 아홉 굽이라 합니다.


 지금은 국도 56호선이 양양의 갈전리와 홍천의 명개리를 연결합니다.


 구룡령이라 하면 대부분이 현재 차량이 다니고 있는 56번 국도의 고개로 알고 있으나, 원래의 구룡령 옛길이 따로 있습니다.


 이 길은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자원을 수탈할 목적으로 1908년에 닦은 신작로입니다.


 구룡령의 원래 위치에서 1km 가량 떨어진 곳에 도로를 신설하고, 지도상에도 바뀐 위치를 구룡령으로 표기했습니다.


 고개 정상에 ‘백두대간 구룡령’이라고 표지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약 1.2km를 더 가야 옛길 정상이라는 안내판을 볼 수 있습니다.


 ‘구룡령 백두대간 방문자센터’ 맞은편, 나무 계단을 올라 산길을 따라 약 30분쯤 걸으면 옛길 정상에 도착합니다.


 옛길 고갯마루는 해발 고도가 1,089m에 이릅니다. 


 정상에서 양양까지 2.7km, 홍천까지는 3.5km입니다.


 구룡령 옛길의 출발지는 갈천 치래마을입니다.


 치래마을은 구룡령 아래 첫 동네인 ‘갈천’을 우리말로 풀어 쓴 겁니다.


 갈천은 칡이 많아서 비롯된 마을 이름이라고 전합니다.


 치래마을에는 ‘갈천 7보’라 하는 7가지 보물이 있어서 주민들의 자부심이 강합니다.


 1보는 구룡령 고개, 2보는 용이 약수를 마시며 쉬었다는 갈천약수, 3보는 송어가 올라오다 더 이상 뛰어오르지 못했다는 송어직소, 4보는 기와집처럼 웅장하게 계곡을 따라 서 있는 제집바위, 5보는 굽이굽이 준령을 자랑하는 삼석봉, 6보는 마을을 상징하는 수목인 금강송, 마지막으로 7보는 마을 주민들의 전통문화가 서려 있는 성황당입니다.


 구룡령 옛길은 2007년에 명승으로 지정됐습니다.


 새로운 포장도로가 개통됐지만, 인근 마을 사람들은 옛길로 삶을 이어갔습니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어머니가 아이들이 아프면 들쳐 업고 양양읍내의 병원으로 가던 길이라고 합니다.



 구룡령 옛길 정상에서 갈천마을까지는 2.7km지만, 국도를 타면 11km가 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구룡령은 단풍이 으뜸이라고 합니다.


 백두대간의 지맥 위에 있는 석봉과 약수봉 사이를 뚫고 넘어가면서 사람들은 마루턱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황홀하기 그지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자료 도움 : 강원학연구센터)

이종우 기자 jongdal@g1tv.co.kr
Copyright ⓒ G1방송.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