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는 도시 전체 인구의 70% 정도가 한국전쟁 이후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 그 후손들로 이뤄진 실향민 공동체 도시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바이마을이 있습니다.
아바이마을은 6.25 전쟁 중 이북에서 내려 온 실향민들이 고향에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정착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아바이마을의 ‘아바이’도 ‘아버지’의 함경도 사투리입니다.
지금은 지반도 정비하고 남북으로 설악대교와 금강대교가 놓여 교통도 편해졌지만, 과거에는 모래사장이었습니다.
집을 짓는 것은 고사하고 먹을 물을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지역이었습니다.
실향민들은 그래도 고향에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움막을 지어 살며 하루하루 버티며 지냈습니다.
그 세월이 어느새 70년 넘게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모인 곳에는 자연스럽게 이북식 음식을 파는 음식점들이 그 긴 세월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일본산이나 중국산 재료를 쓰지 않으며, 절대 호객행위를 하지 않고 위생과 청결을 중요시하며 낮춤, 겸손, 예의를 중요시해서, 궁극적으로 손님이 편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속초 아바이 마을에서 5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다신’의 원칙입니다.
음식에 대한 불신이 커져만 가는 시대를 예견이라도 한 듯 ‘신다신’은 스스로 이런 원칙을 만들어 철저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신다신’도 처음부터 ‘신다신’ 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개업했을 때는 ‘신다신’에서 ‘신’이 하나 빠진 ‘다신(多信)’이었습니다.
아바이마을에 있는 많은 식당들의 출발이 그렇듯 ‘신다신’도 6.25 전쟁 때 남쪽으로 피난을 내려온 실향민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창업주 박경숙 할머니는 함경도가 고향입니다.
너무 어릴 때 피난을 와서 그 시절 기억은 없습니다.
하지만 함께 내려온 어머니로부터 함경도 음식들을 전수 받았고, 1964년에 이곳에 가게를 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만들자는 마음에서 ‘다신’으로 상호를 지었습니다.
그 믿음에는 사람과 음식에 대한 믿음 뿐만 아니라 어쩌면 고향에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대한 믿음이 담겨져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할머니의 아들이 가게를 물려받으면서 그 믿음을 더 강조하고자 ‘믿을 신’ 한 글자를 더 넣어 이름을 ‘신다신’으로 바꾸었습니다.
2대 사장은 어머니가 평생을 일궈온 가게를 잘 이어받아 지금까지 사람들이 믿고 먹었던 것처럼 계속해서 믿음을 주겠다는 열망과 다짐을 상호에 담았던 겁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해 왔던 방식을 그대로 이어받아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바이마을의 대표적 음식은 아바이순대입니다. ‘신다신’에도 아바이순대를 비롯해서 오징어순대와 순대국 등 다양한 메뉴가 있습니다.
하지만 ‘신다신’만의 독특한 메뉴는 바로 ‘가리국밥’입니다.
함경도 말로 갈비를 뜻하는 가리에 국밥을 붙여 탄생한 ‘가리국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갈비탕과는 전혀 다른 음식입니다.
함경도에서는 동네에 경사가 있을 때 소고기를 삶아서 그 국물에 각종 나물과 함께 넣어서 먹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고사리와 콩나물만 넣고 끓이는데 많은 사람들의 입맛에 더 맞게 실험을 거쳐 수정하고 보완된 겁니다.
국밥이다 보니 무엇보다 국물을 잘 우려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육수는 다른 재료를 첨가하지 않고 오로지 한우 사골을 24시간 동안 끓여 사용합니다.
가게 앞 큰 가마솥에 항상 육수가 끓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손님상에 나갈 때는 한번 더 팔팔 끓여서 나갑니다.
신다신의 주방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사장과 종업원들이 수시로 뭔가 육수 쪽으로 쓱 가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염도계입니다.
주방에서 항상 끓고 있는 육수는 당연히 물이 증발하고 염도가 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정한 염도를 유지하기 위해 수시로 체크하면서 소금과 물을 넣어주는 겁니다.
이것이 이집 국물의 숨은 비결입니다.
깊은 국물과 푸짐하고 부드러운 고기가 어우러진 가리국밥은 전국에서 ‘신다신’에서만 맛볼수 있는 메뉴입니다.
‘신다신’의 또 하나의 별미는 냉면과 순대에 공통으로 나오는 ‘명태회무침’입니다.
회무침만 먹어도 맛있고, 다른 음식과 함께 먹어도 제격입니다.
이 집 명태회 무침은 일반적으로 회냉면에 들어가는 꼬들꼬들한 회무침과 달리 부드럽게 씹히며 육즙까지 느껴집니다.
회무침의 양념도 어머니에게 전수받은 이북식으로 합니다.
(자료 도움: 강원학연구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