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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강원의 노포(老鋪) 이야기> ⑧ 평양냉면 (춘천 1950년대 후반 개업)

 언제부터 우리가 냉면을 먹었는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기록상으로는 조선 중기 한문 사대가 중 한 사람인 계곡 장유(1589~1638)의 시 ‘자줏빛 육수에 냉면을 말아 먹고’라는 작품이 가장 오래됐습니다.


 장유가 먹었던 냉면이 지금 우리가 먹는 것과 동일한 형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육수에 면을 말아서 먹었다는 것으로 보아 물냉면에 가까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동국세시기’에도 “무김치나 배추김치에 메밀국수를 말고 여기에 돼지고기를 섞은 것을 냉면이라 하고 잡채외 배, 밤, 쇠고기, 돼지고기 썬 것과 기름, 간장을 메밀국수에 다 섞은 것을 골동면(비빔국수)이라 한다. 냉면은 평안도 냉면이 으뜸”이라고 전합니다.


 여기서도 냉면과 골동면, 즉 비빔국수를 분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냉면의 원래 형태는 물냉면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냉면은 물냉면이었음을 의미했고, 예로부터 평안도가 유명했습니다.


 때문에 냉면의 오리지널리티는 평양냉면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평양냉면집은 ‘평양냉면’입니다.


 오래된 가게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정확한 개업 년도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3대째 가게를 이어받은 조성수 사장은 기억하기에 서울 혜화동에서 태어나 4~5살 때 쯤 춘천으로 이사를 왔는데, 그 때 이미 할머니께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조 사장이 1957년생임을 감안하면, 가게가 1960년 즈음에는 이미 한창 영업중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초대 사장인 유진실 할머니는 1912년 생으로 김일성 주석과 동갑입니다.


 평안남도 맹산 출신인 할머니는 평양으로 시집을 갔고, 면장을 하던 할아버지 덕에 온종일 음식을 해가며 사람 대접하는게 일상이었습니다.


 손님이 얼마나 많았으면 할아버지께서 박달나무로 냉면틀을 짜 주기도 하셨습니다.


 이때 익힌 음식 솜씨는 훗날 ‘평양냉면’의 기반이 됐습니다.


 할머니는 1.4 후퇴 때 온 가족이 부산까지 내려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춘천에 머물게 됐습니다.


 이때 할아버지는 이미 가족과 함께 하지 못했고, 춘천에서 녹향 소주 공장을 운영했던 오빠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면서 돈을 모아 조그마한 냉면집을 차렸습니다.


 할머니가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에는 소고기를 구하기 어려워서 닭고기로 육수를 내서 냉면을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양계장이 따로 없어서 양구나 화천에서 50~100마리씩 토종닭을 공급 받았는데, 운송은 택시기사들이 맡았습니다.


 이렇게 공수한 토종닭을 직접 손질해서 냉면 육수를 만들고, 살코기는 손을 찢어서 고명에 사용했습니다.


 그때 냉면 한 그릇이 60원이었고, 택시 요금도 60원 정도였습니다.


 이후 할머니는 가게를 아들 내외에게 물려줬습니다.


 2대 사장 故 조용진, 故 김옥주 부부는 물려받기 전부터 10년 넘게 함께 장사를 하면서 노하우를 전수받았습니다.


 그리고 2대부터 본격적으로 소고기 시대를 열었습니다.


 사정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그때도 소고기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평양냉면’은 한우 암소만을 쓰는데, 지금도 춘천 시내에서 제대로 된 한우 수육을 파는 집은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좋은 고기를 써서 육수를 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육개장이나 설렁탕 같은 메뉴가 추가됐습니다.


 냉면이 주력이기 때문에 여름에는 팔기가 쉽지 않지만, 설렁탕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이 종종 있어서 항상 준비를 해 놓는다고 합니다.


 3대 사장인 조성수 한원숙 부부가 가게를 맡은 지도 30년이 넘었습니다.


 지금도 매일 새벽이면 양지와 설깃살, 잡뼈 등을 넣고 세 차례에 걸쳐 육수를 우려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끓인 육수는 1차, 2차, 3차 각각 따로 모은 뒤 일정한 비율로 섞어서 최종 육수를 만듭니다.


 어미니 대에서부터 해 오던 방식 그대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겁니다.


 (자료 도움: 강원학연구센터)


이종우 기자 jongdal@g1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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