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는 비교적 한랭한 지역의 배수가 잘되는 밭이 재배하기에 적당하다. 주로 봄에 심어 여름에 수확하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여름에 심어 가을에 수확한다.
감자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의 고원지대이다. 500년경부터 안데스산맥 중남부 고지의 원주민에 의해 재배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감자가 유럽에 처음 도입된 것은 16세기 후반(1570년경)으로, 영국에는 1590년, 북아메리카에는 1621년 유럽으로부터 도입되었다. 인도와 중국에도 16세기에 유럽으로부터 도입되었다.

감자가 조선에 도입된 것에 대해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두 가지 설을 담고 있다. 1824~25년(순조 24년~25년) 사이에 명천(함경북도)의 ‘김’이라는 사람이 북쪽에서 가지고 왔다는 설과 청나라 사람이 인삼을 몰래 캐가려고 왔다가 떨어뜨리고 갔다는 설이다. 이후 1832년(순조 32년) 영국 상선 로드 애머스트호가 전라도 해안에 체류한 일이 있었는데, 함께 타고 있던 선교사 구츨라프가 의약·서적 등과 함께 마령서(馬鈴薯, 감자의 한자 명칭)의 씨를 농민에게 나누어주고 재배 방법도 가르쳐주었다고 한다. 당시 그 재배 방법을 전수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김모씨의 아들 김창한이 30년 후 1862년에 자신의 부친이 감자를 서양인으로부터 얻어 전파한 사실을 『원저보』라는 책에 기록해 두었다.
감자는 이름에 전래 과정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감자는 중국에서 부르는 명칭인 ‘감저(甘藷)’, 유사한 발음의 ‘감제’로 불렸는데, 문헌에서는 ‘북감저(北甘藷)’, ‘북저(北藷)’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줄기를 잡아당겨 뽑아내면 말방울같이 주렁주렁 달려 나온다고 하여 ‘마령서(馬鈴薯)’라고도 불렸다. 조성묵의 『원서방』에서는 ‘원서(圓薯)’, ‘둥근 마’라고 적고 있다.
감자가 전래된 이후 전국으로 빠르게 전파되어 재배되었는데 당시 지식인들(서유구, 이규경, 조성묵)은 감자 재배가 고구마에 비해 손쉬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감자가 강원도의 대표적인 농산물로 자리잡게 된 것도 감자의 전래 과정이나 재배 환경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함경북도를 거쳐 비교적 이른 시기에 강원도에 전파되었을 뿐만 아니라 감자는 서늘한 지역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해발 600m 이상의 고랭지가 많고, 일교차가 큰 강원도가 감자 재배에 적합한 기후를 가졌기 때문이다. 또한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 산비탈을 개간한 땅에서도 용수 공급의 어려움 없이 충분히 재배할 수 있어 화전에서도 감자를 경작할 수 있었다.

1944년에 간행한 『조선농업발달사-발달편』에 보이는 1910년대 조선의 농업 현황에서도 감자의 주요 생산지로 함경남도 다음으로 강원도를 꼽고 있어 당시에 이미 강원 지역의 대표 작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감자의 음식으로써의 면모를 찾아볼 수 있는 자료는 조성묵의 『원서방』이다. 감자의 맛이나 효능을 설명하면서 ‘오곡처럼 식량으로 쓰인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감자는 풍부한 전분을 가지고 있어 음식으로 조리했을 때 충분히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먹거리였다. 강원 지역의 감자 음식은 이런 특성을 감안하여 주식용, 반찬용 등으로 활용하여 부식이나 주전부리 이상이었다.

감자를 활용한 음식으로 감자떡, 감자만두, 감자부침(감자전), 감자옹심이가 있다.
감자떡과 감자만두는 감자가루를 만드는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안에 넣는 소나 쪄내는 방식은 같다. 감자떡은 썩감자로, 감자만두는 언감자로 가루를 만든다.
감자떡 또는 감자송편으로 부르는 것은 감자가루로 반죽을 만들어 적당한 크기의 송편 모양으로 빚고 그 안에 갓김치나 묵나물로 만든 소를 넣는다. 감자만두는 언감자가루로 반죽해 감자떡과 동일하게 만든다.
‘감자부치기’, ‘감자부치개’라고 부르는 부침음식은 껍질을 벗긴 감자를 강판에 갈아 체에 걸러 물이 빠진뒤 얻은 전분을 섞고 소금으로 간해 반죽한 다음 반죽을 눌러 펴서 부침개를 만든다.
감자옹심이는 감자를 강판에 갈아서 확보한 전분 앙금에 남은 감자 건더기와 섞어 치대어 만든 것이 감자옹심이 반죽이다. 냄비에 물이 끓기 시작하면 먼저 납작하게 썬 감자를 넣고 감자옹심이 반죽을 새알심처럼 뜯어 넣어 함께 끓여내고 여기에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먹는다.
자료 출처: (강원학 학술총서 23) 강원의 먹거리 메밀, 옥수수, 감자의 역사문화적 연구(염정섭, 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