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아하 ‘강원’> 메밀 “구황 작물에서 강원 식문화의 근간으로”


 

짧은 생육 기간과 강인한 생명력으로 흉년을 견디게 했던 메밀은고려 말부터 조선 시대를 거쳐 우리 밥상의 구황 작물이자 생활 작물로 뿌리내렸다.

산간의 척박한 땅에서 자라나 국수와 묵전병과 같은 음식문화로 꽃피운 메밀은 한국인특히 강원도 주민의 지혜와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곡식이다.

 

메밀의 원산지는 히말라야동아시아 북부바이칼 호 주변 등 추운 지방이지만 대부분 야생 메밀이고재배 메밀은 주로 온난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메밀은 달단 메밀과 보통 메밀로 나뉘는데 달단 메밀은 사료로 많이 사용되며 우리가 먹는 메밀은 보통 메밀이다보통 메밀은 5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에 파종하여 7, 8월에 수확하는 여름 메밀과 7월에 파종하여 10월에 수확하는 가을 메밀이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산간지대에서 주로 생산되고 평야지대에서는 이모작의 전·후 작물또는 대파작물로 재배되고 있다잡곡류 중에서 옥수수 다음으로 재배면적이 넓으며 전국적으로 비교적 고르게 분포·재배되고 있다.


 


메밀의 출현 시점에 대해 고고학적으로 의견이 분분하지만 문헌 기록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고려 후기로고려사』 「식화지(녹봉 서)에도 녹봉곡으로 메밀이 언급되고 있을 정도로 메밀 재배가 본격화 되었다.
조선 전기에는 주곡 작물(주된 식량으로 사용되는 작물중 하나가 된 메밀은 우리나라 최초 농서인 농사직설에 파종시기기경방식시비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으며이후 17세기 중반(농가집성), 18세기 초(산림경제농서에도 메밀 경작법과 관련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뿐만 아니라 세종은 직접 명을 내려 메밀의 파종 시기를 잘 맞추라고 하면서 경작을 권장하기도 하였다.

 

메밀은 다른 밭작물보다 성장 기간이 60~100일 정도로 짧아서 7월 중순에 파종하더라도 수확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표적인 대파작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대파(代播)란 봄에 파종한 작물이 가뭄으로 말라죽거나 홍수로 물에 잠겨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다른 작물을 대신 파종하거나 아예 다른 곡식으로 바꾸어 심는 것을 말하며이때 심는 작물을 대파작물이라고 한다메밀은 대표적인 대파작물로흉년을 대비하는 구황 대책의 하나로 종자와 양식을 나눠줄 때 종자용으로 나눠주는 곡물 중 하나로 활용되었다. 

대파작물로 메밀을 활용한 근거는 조선 초기부터 여러 차례 확인된다.
1405(태종 5) 5(메밀 종자를 대파에 활용하는 모습), 1414(태종 14) 5(서리로 벼가 말라 죽어 벼 재배 지역에 메밀을 심게 하는 모습), 1416(태종 16개성유후사 관할에 메밀 종자를 나눠주는 모습)의 실록 기록에 남아 있다.

 

조선시대 메밀을 이용한 조리법은 1554(명종 9)에 편찬된 구황서인 구황촬요에 작삼(作糝)이라고 하여 메밀을 이용한 버무리를 만드는 법을 기록하고 있다버무리는 콩깍지콩잎메밀꽃 등을 곡물가루와 섞은 것을 말하며 조리방식은 쪄서 먹는 것이다또한임원경제지』「인제지에는 메밀 싹잎을 채취하여 삶아서 밥을 만들어 먹거나갈아서 가루를 만들어 떡을 만들어 먹는 법메밀꽃을 콩잎과 함께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상태에서 가루를 만들어 곡물가루와 함께 죽을 만들어 쪄 먹는 방법을 기재하고 있으며신간구황촬요에서는 메밀이 제대로 여물기 전에 줄기잎이 부드럽고 연할 때 베어들여 말린 후 줄기와 열매를 같이 가늘게 썰어 볶고 찧어 체로 쳐서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서 먹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메밀을 활용한 음식으로는 가루 형태를 활용한 메밀묵메밀국수막국수메밀부침개메밀전병이 있고 진액을 활용한 음식으로 메밀올창묵이 있다.
묵은 곡식열매에서 가루 형태의 전분을 추출해 물을 붓고 끓여 되직하게 풀처럼 쑨 것을 식혀서 굳힌 음식을 말한다묵 형태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도토리묵과 메밀묵이 있는데 묵은 묵국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묵국은 손가락 크기로 채 썬 묵을 담고 그 위에 잘게 썬 김치와 김깨소금 등을 고명으로 올리고 육수를 부어 먹는 음식이다메밀은 소화가 잘 되는 곡식이라 충분한 곡기로 활용하기 위해 조수수 등으로 밥을 지어 메밀묵국에 넣어 메밀묵밥으로도 먹는다.

 

메밀국수막국수는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인데 메밀의 껍질을 대충 벗겨만든 메밀가루로 반죽해서 만든 경우 막국수라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막국수는 일반적인 메밀국수보다 좀 더 거친 식감이고 때깔도 거뭇거뭇하다발방아나 맷돌을 사용해 메밀가루를 만들던 시절에는 티 없이 깨끗한 국수 면을 얻기 힘들었을 것이고메밀타작에 공을 들이기도 쉽지 않아 막국수를 조리해서 먹었다막국수가 오히려 강원 지역 대표 먹거리의 원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메밀가루를 활용한 부침요리로 메밀부침개와 메밀전병이 있다메밀부침개는 국수반죽보다 묽은 반죽을 얇게 부쳐 배추쪽파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푸성귀를 올려 부치는 요리이다강원도 산간지역에서는 반죽보다 푸성귀의 양이 더 많았다고 하니 메밀부침개는 메밀가루보다 푸성귀를 끼니에 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메밀전병은 메밀적과 유사하지만 완성된 형태나 속재료가 다르다메밀전병은 얇게 편 반죽에 양념한 갓김치를 올리고 돌돌 말아서 부쳐낸다.


 


메밀을 갈아서 얻은 진액을 활용한 음식으로 메밀올창묵이 있다메밀 알곡을 갈아 채에 거르면 진액을 얻을 수 있다솥에 붓고 저어가면서 뭉근히 끓이면 수분은 날아가고 점성이 생기면서 농도가 점점 짙어지는데 메밀묵이 될 정도의 농도가 되기 전에 약간 묽은 지점에 구멍 뚫린 틀을 지나 아래에 받쳐놓은 찬물 담긴 대야에 떨어지게 만드는데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방울지듯이 떨어진다이것을 건져 그릇에 담고 여러 가지 고명을 올리면 메밀올창묵이 완성된다. ‘올창은 올챙이에서 나온 말인데메밀올창묵은 음식의 모양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자료 출처: (강원학 학술총서 23) 강원의 먹거리 메밀옥수수감자의 역사문화적 연구(염정섭, 2024)

이종우 기자 jongdal@g1tv.co.kr
Copyright ⓒ G1방송.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