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기획: 강원의 노포(老鋪) 이야기> ⑰ 초당고부순두부 (강릉 1950-60년대/1998년 개업)

 강릉하면 떠 오르는 음식은 단연 초당순두부입니다.


 초당두부는 허균과 허난설헌의 부친인 허엽이 강릉부사으로 부임해 바닷물로 간수로 해 두부를 만들면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허엽은 관청 뜰에 있는 우물의 물맛이 좋아 이 물로 두부를 만들게 했다고 합니다.


 끓인 콩물을 응고시키기 위해선 동해 바닷물을 이용했습니다.


 이후 강릉 부사가 만든 두부가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그때부터 허엽의 호인 초당을 따서 초당두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강릉에는 허엽이 살았고 허난설헌이 태어난 고가가 있기 때문에 이런 설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설 일뿐 실제 유래는 6.25전쟁 이후로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당시 강릉 일대의 청년들이 격전지였던 동부 전선에 투입되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남편을 잃은 미망인들이 생계를 위해 두부를 팔기 시작하면서 두부가 유명해졌다는 겁니다.


 초당두부마을에 있는 대부분의 가게들이 그렇듯 ‘초당고부순두부’도 두부를 만들어 시장에 팔았다고 합니다.


 처음으로 두부를 만들어 판 이는 故 강칠용 할머니입니다.


 경포 오죽헌 근처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강릉 토박이입니다.


 할머니는 처음 집에서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 방식이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두부를 만드는 가게나 공간이 없었고, 집 부엌에서 만들어 내던 그야말로 가내수공업 제품이었습니다.


 간수도 강릉 앞 바다 물을 길어다 그대로 썼습니다.


 환경오염이 없었을 시절에나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강릉 지역에서 두부를 생산하는 모든 가게가 전문 공장에서 제조된 것을 가져다가 쓰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비법은 그대로 며느리에게 전해졌습니다.


 며느리 故 권영애 할머니까지는 집에서 두부를 만들어 파는 일만 했습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가게에서 음식을 만들어 파는 것은 권영애 할머니의 며느리인 김영미 사장 대에 와서입니다.


 김영미 사장이 결혼했을 때 즈음 초당순두부 공장이 지어졌습니다.


 1992~1994년 즈음으로 기업됩니다.


 그러면서 시장에 내다 팔 두부를 집에서 만드는 것이 의미가 없게 됐습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IMF 금융위기가 터졌고,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서 초당순두부 가게를 열게 됩니다.


 1997년 말이었으니 당시만 해도 초당순두부를 주 재료로 하는 음식점은 많지 않았습니다.


 시어머니로부터 전수받은 비법 그대로 음식을 만들었고, 전골이나 백반 등 새로운 메뉴도 개발했습니다.


 며느리에서 며느리로 비법이 전수되었기에 상호도 ‘고부’ 순두부가 된 겁니다.


 지금은 사장의 막내아들인 곽종욱씨가 어머니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며느리에서 며느리로 이어진 가게가 이제 아들로 전해진 겁니다.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입소문을 타면서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방송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두부 만드는 일만은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김영미, 곽종욱 사장 모자는 지금도 아침 일찍 두부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초당두부는 손이 많이 가고, 조금만 타이밍을 놓치도 망가지기 쉽습니다.

 

 초당두부의 제조 방식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이른 아침 밤새 불려놓은 콩을 갑니다. 콩은 품질이 좋은 국내산 콩만을 씁니다. 아이스크림처럼 곱게 갈려 나온 콩을 고운 천에 걸러 짜냅니다. 증조할머니 때부터 이어오던 방식입니다. 


 이렇게 잘 걸러낸 콩을 가마솥에다 넣고 끓입니다. 끓이는 동안 계속 저어야 골고루 익습니다. 이후 간수로 바닷물을 넣어 주는데 이때 한꺼번에 물을 붓는 것이 아니라 호스로 일정량을 가마솥 전체에 고루 퍼지게 서서히 부어줍니다. 


 그렇게 또 얼마를 끓이면 몽글몽글하게 알갱이를 맺는 뽀얀 순두부, 강릉지역 말로는 초두부가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순두부를 나무틀에 넣고 눌러주면 모두부가 되는 겁니다.


 대략 2시간 정도 눌렀다가 꺼내는데 이때 바로 찬물에 담가줘야 탄력있는 두부가 됩니다.


 여기까지 하는데 대략 4~5시간이 걸립니다.


 아침 손님이 많아서 이른 새벽부터 일을 해야 하고, 때로는 이 작업을 2,3번 하기도 합니다.


 김영미 사장은 이 작업을 20년 넘게 매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길을 아들이 곁을 지키면서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료 도움: 강원학연구센터)


이종우 기자 jongdal@g1tv.co.kr
Copyright ⓒ G1방송.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