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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넓히려고 주민자치 도서관을 줄인다니
작성자 :이선미
등록일 :2006-01-10
조회수 :1,594
화장실 넓히려고 도서관을 줄인다고?
주민자치센터 내 주민들의 공간을 상의없이 뺏어가다니
이선미(sozu20) 기자

오늘 낮 1시경, 돌연 동사무소 계장과 그 외 직원 2명이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와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도서관 공간을 재단하며 '이 정도 잘라내면 충분하지 않겠냐'라는 말을 했다.

무슨 일이냐며 물어보자, 화장실(도서관 옆 공간은 화장실이 있다.)공간이 부족하다면서 벽을 허물고 도서관 데스크와 신발장 공간을 잘라 화장실로 쓸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도서관 사무국장인 나와 일절 논의도 없이, 도서관 공간을 줄인다는 대화를 듣고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춘천시 후평2동 동사무소 내 9.5평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꾸러기어린이도서관은 3년 전, 춘천시민광장이라는 시민단체와 부안초등학교 학부모 운영위원, 광장서적과 후평2동 동장이 도서관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만들어 낸 주민자치의 산물이다.

춘천에 작은 동네 도서관을 만들어졌다는 것이 전무후무한 일이라 방송매체를 오르내리기도 했지만, 실상 그 뒤에는 여느 작은 도서관처럼 어려운 점이 많았다.

사립문고로 등록이 되기도 했지만, 춘천시의 사립문고 지원비가 없다는 이유로 시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으며, 동에서도 도서관 상근비 명목으로 지난 2004년 월 20여만원의 지원비가 존재하다 6개월 만에 지원금 입금 예정일 이틀 전 단 한번의 통보로 지원금을 중단시켰다.

주민자치센터 동장 후임이 바뀌면서 이와 같은 일들은 더욱더 빈번해졌는데, 도서관 전화가 돌연 끊긴 일, 이미 한달 전부터 이야기가 되던 도서관 강연회 공간이 통장회의공간과 중복되어 공간을 작은 동아리방으로 당일 변경시키는 일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그 예이다.

이는 주민자치센터가 '주민들을 위한 자치 공간을 구현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아직도 동사무소 업무 공간'이라는 데서 그 인식이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꾸러기어린이도서관은 현재 도서관 이전 기금을 주민들의 손으로 마련해 이전계획을 갖고 있으나 기금 마련의 어려움으로 아직 그 시기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도서관 이전은 그동안 있었던 도서관 자치권 훼손의 여러 일들에 대한 어려운 결단이었다.

동사무소에서 무상으로 임대해준 9.5평의 공간은 '꾸러기어린이도서관'에게 금쪽같은 공간이었다. 작은 어린이도서관의 과제는 공간의 문제와 운영의 문제인데, 이 두 가지 문제 중 공간의 문제가 해결되어 도서관운영의 부담감이 많이 줄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쪽자리 도서관으로 동사무소 눈치를 보며 살게 되는 형국이 되니, 도서관의 본 취지를 살리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작은 어린이도서관의 경우, 2~3년이 도서관 운영의 고비라는 말을 어느 어린이도서관 홈페이지 게시판 글에서 본 기억이 난다. 이와 같은 어려움이 발생할 때마다, 나는 지난 2003년 10월 처음 도서관을 개관하던 때를 기억한다.

어린 아이들을 들쳐 업고 30~40분 거리의 시립도서관을 출입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어머니들의 말에 힘입어, 도서관은 주민들의 기대와 환영 속에 자라났었다.

이러한 기대를 오로지 도서관과 주민들이 체감하고, 동사무소 직원들은 체감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앞으로 춘천시에 꾸러기어린이도서관과 같은 예가 없기만을 간곡히 바랄뿐이다.


2006-01-0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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