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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곤
<뉴스人> 산부인과계 큰산, 허준용 인제군보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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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골로 갈수록 의료 환경이 척박하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직접 나서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평생을 갈고 닦은 의술을 강원도 시골에서 다시 펼치려는 명의들도 있습니다.
최근 인제군보건소를 맡은 허준용 소장인데요,
원석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터]
시골 보건소에 여성의학과 팻말이 걸렸습니다.

푸근한 미소로 진료를 보는 의사는 허준용 인제군보건소장.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에서 33년 간 여성 환자를 돌보고 후학을 가르치다, 올봄 인제에 착근했습니다.

국내 최초로 자궁경부암 복강경 전자궁 절제술을 소개한 산부인과계 권위자지만,

퇴직 후 인제군보건소장 공모에 응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인터뷰]
"환자·의사 관계가 굉장히 삭막하잖아요. 그러니까 점점 의사로서의 보람을 못 느끼겠더라고요. (여기서) 저는 굉장히 만족하고 행복합니다."

계기는 3년 전 인제에서 한 봉사 경험이었습니다.

함께했던 지역 간호사가 자궁경부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밤잠을 설쳤습니다.

의료인 조차도 암 진단을 놓치는 환경에서, 하물며 산촌 주민들은 어떻겠냐는 걱정에 주저없이 시골행을 결심했습니다.

[인터뷰]
"그 환자가 굉장히 계기가 됐던 거 같아요. 그래서 조기 암 발견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구나 이곳 강원도에서는, 그런 생각을 해서."

인제군도 호응해 대학병원에서 쓰는 억대 초음파 장비를 들여오고, 내처 여성의학과까지 열었습니다.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에 직접 진료를 보는데,

환자의 병력을 듣고,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만으로 여성질환 진단이 대부분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산부인과 가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은 있죠. 그러나 본인의 건강을 위해선 그 정도는 감수하고 오셔야 할 거 같습니다."

대학병원 교수 시절엔 충북 영동의 시골의사였던 아버지가 작아보였다는 허준용 소장.

인제에 와보니 환자들과 진정으로 교감한 아버지는 큰산이었습니다.

일흔을 앞둔 노의사는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을, 내려오면서 보고 있습니다.
G1뉴스 원석진입니다.
원석진 기자 won@g1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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