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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사북.9,10> 세계적 독일 트라우마 치료 '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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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80년 사북 항쟁의 진실 규명과 피해 회복을 위해 G1방송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마련한 연속 기획 보도.

오늘은 사북 항쟁처럼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피해에 다른 나라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최돈희, 박성준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고문 피해자의 치료, 재활에 대한 국가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유엔 고문방지협약'입니다.

1987년 발효돼, 이후 유럽 뿐 아니라 인도와 네팔 등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140개가 넘는 치유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1995년에 협약에 가입했지만, 인식 부족으로 최근에서야 국가 차원의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

늦었지만 이제라도 피해 회복을 위해 나선 것은 다행입니다.

트라우마 치료 프로그램이 잘 마련된 독일의 한 대학을 찾아가 봤습니다.

[리포터]
스위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독일 최남단 콘스탄츠대학교.

사회정책과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뛰어난 연구 성과를 자랑하며 독일의 '작은 하버드'로 불립니다.

특히, 고문이나 집단 수용 등 다양한 형태의 국가 폭력으로 트라우마를 입은 피해자들에겐 특별한 곳입니다.

내러티브 노출치료, 이른바 NET 프로그램 때문입니다.

심각한 트라우마 기억을 증언 형식으로 완화하는 심리 치료로,

지난 2005년 치료 매뉴얼이 이곳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인터뷰]
"일관되게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겪은 일에 대해 잘 설명하는 것,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증상이라는 것을 그 당시에 사람들이 잘 이해를 못 했었거든요. 그래서 시도하게 된거죠. 말로 풀어내는 것을 증언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서 거기에 치료적인.."



"NET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 받은 트라우마 피해자가 지난 2018년 한 해 120명이 넘습니다."

[리포터]
트라우마 기억에 직접 개입해 단기간에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유럽은 물론, 미국과 아시아 등 전 세계 30개국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엔 피해자 뿐 아니라 가해자 입장에서 치료하는 '포렌싱 넷'이 운영되는 등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트라우마가 하나의 사건이라기 보다는 여러가지 사건을 반복해서 경험한 사람들이 많고 지나갔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자체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지역 사회 기능을 자체로 굉장히 훼손시키고 자체적인 회복이 어렵다."

[리포터]
특히 트라우마를 하나의 사건이 아닌 과정으로 접근하며 개인 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에,

치료 결과는 인권 자료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인터뷰]
"보편적인 모두에게 이 정도는 보편적이라고 다른 사회에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사건이라든지 경험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문서화해서 인권을 알리는 차원에서.."

[리포터]
비정부기구 희생자의 목소리인 'VIVO' 인터내셔널과 함께 운영돼,

국가나 지역, 시기의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치료나 연구는 물론 치료사 양성 프로그램 모두 자율적으로 운영됩니다.



"다만, 비영리 민간단체인 VIVO와 역시 민간인 대학에 의해 운영되는 프로그램인 만큼 기부금이나 프로젝트 연구비, 회비 등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프로그램 운영의 자율성은 보장되지만, 안정적인 재원 확보에는 어려운 점도 많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직접 나선 곳도 있습니다."

[리포터]
독일의 수도 베를린 한복판에 위치한 '토포 그라피 데스 테러' 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치 나치의 비밀경찰 게슈타포와 히틀러의 친위대인 SS 본부가 있던 곳으로,

나치즘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에 대한 고문과 자국민을 상대로 한 국가 폭력이 자행된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1945년 연합군의 폭격으로 건물 대부분이 파괴됐는데, 진상 규명을 알리고자 2010년 재건돼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역사를 망각이 아닌 기억으로 재탄생시킨 결과 전 세계인이 찾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건축 비용 2천만 유로, 공사 기간도 2년이 넘습니다.

역사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베를린 시 정부가 당초 계획한 후,

독일 연방정부와 50 대 50의 재정을 투입해 현재는 독립법인인 '테러의 지형 재단'이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지방정부와 국가는 지원만 할 뿐 민간단체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설립 당시 지역사회와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협력이 뒷받침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토포 그라피 데스 테러의 핵심은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독일의 역사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알리는 데 있습니다. 이곳은 여러 공간으로 나눠져 있는데요. 이곳은 아카이브센터가 있고요.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데 학생뿐만 아니라 경찰과 군인도 (의무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재단은 이사회와 실무위원회, 재단본부, 국제자문위원회 등으로 구성돼 다양한 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박물관과 도서관에서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입장에서 자료들을 수집하고 기록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토포 그라피 데스를 방문한 후에 제 감정은 좀 혼란스럽습니다. 한편으론 역사의 비극에 대해 배우면서 아직 이런 역사가 끝나지 않고 반복되는 현실에 대해서도 굉장히 혼란스럽기도 하고요."

나치강제 노동기록센터에서는 나치정권에서 강제로 동원된 노동자들을 기록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나치 정권은 점령국에서 민간인 810만 명을 독일로 강제 이송했고, 노동력 수탈과 폭행을 자행했습니다.

기록센터가 설립되면서 이 같은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인터뷰]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과거를 다루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또한 우리의 역사는 우리의 정체성과 매우 관련이 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한 왜 민주주의가 우리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질문합니다."

사북항쟁이 발생한지 어느덧 42년.

우리는 국가 폭력을 기억이 아닌 망각으로 여긴 채, 역사의 뒤안길에만 남겨둘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G1 뉴스 박성준입니다.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최돈희 기자 tweetism@g1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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