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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충취재
<집중.1/인공어초/남> 폐기물된 '물고기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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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바닷속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정말 많은 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만,
가장 오래된 사업이 바로 인공어초입니다.

1970년대부터 시작해서 무려 140만 개가 바닷속에 있는데요,

계획대로라면 물고기나 해조류 같은 해양 생물의 안식처가 되어 있어야 할 텐데,

G1 수중취재팀이 확인해보니 아쉽게도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오늘부터 집중 보도합니다. 김도환 기자입니다.


[리포터]
강릉 주문진 앞바다로 2km 정도 나갔습니다.

수심 30m까지 잠수하면 동해의 비경은 커녕 옛 전쟁터 같은 폐허가 눈에 들어옵니다.

철제 구조물은 산산조각이 나 모래에 파묻혔습니다.

어쩌다 저렇게 됐는지, 장어 한 마리는 구조물에 깔렸습니다.

살려보려고 모래를 파내 봤지만 녹슨 가루만 뿌옇게 날리고 이미 상처가 너무 깊습니다.

구조물은 훼손이 심해 알아보기 어렵지만, 강원도는 폴리콘 어초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에 투하한 하나에 8천만 원 짜리 대형 인공 어초입니다.

다른 곳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조금만 힘을 줘도 쉽게 움직이니 파도를 견디기엔 애초부터 무리였습니다.

물고기나 부착 생물도 거의 없이 폐어구만 걸려있습니다.

애초 의도한 물고기 아파트는 커녕 위험천만한 폐기물이 된 겁니다.

[인터뷰]
"다 무너져서 바닥에 철재가 나뒹굴고, 폐그물이 많이 엉켜 있더라고요, 모르고 갔던 사람들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인공어초는 대부분 조립된 채로 바다에 떨구는 방식으로 시공합니다.

어초 무게만으로 고정이 되어야 하는데, 바닥이 모래인 데다 바다속 부력 때문에 어초가 흔들리거나 파묻히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게다가 관련법에 따라 효과가 인정된 '일반어초'라 해도 대부분은 해저에서 파도나 태풍을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인공어초 모형을 활용한 실내 수리 실험도 의무화된 지 채 5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그나마 지금은 예전의 이론식(검증)에서 수리 실험을 거쳐야 (일반어초) 선정의 기본 요건이 되는데, 그것도 아주 소규모로 단편적으로 일부 사례만 검토하다보니까 구체적인 안정성 검토는 어렵습니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은 지난 2016년 전체 인공 어초의 1/10을 표본 조사했는데 13.4%가 뒤집히거나 모래에 덮혔으며, 망가져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G1뉴스 김도환입니다.
김도환 기자 dohwank@g1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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