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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분단의 아픔은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강화군에는 망향대를 찾는 실향민들처럼 이산가족의 아픔을 간직한 나무가 살고 있다. 바로, 강화군 서쪽에 위치한 섬 ‘볼음도’의 북동쪽 바닷가에 서 있는 은행나무가 그것. (높이 약 25미터, 둘레 약 9미터의 거목으로 수령은 약 800년으로 추정)

은행 열매도 열지 않는 이 할아버지 은행나무(수나무)는 약 800년 전쯤 불가피하게 북녘에 아내를 두고 내려왔다는 남편 나무다. 현재, 아내 은행나무(암나무)는 볼음도에서 불과 7~8km 거리의 북녘 땅, 황해남도 연안군에 살고 있다. 이 부부 은행나무는 어떻게 이산가족이 되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서로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었을까?

그래도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는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해마다 서로의 안부를 전했다는 부부 은행나무.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진 후에는 그 어떤 소식도 전하거나 들을 수 없었다고 하는데... 수많은 실향민들처럼, 그렇게 부부 은행나무에게도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지난해 8월, 볼음도와 금강산에서 뜻 깊은 만남이 이뤄졌다. 2015년 중단됐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금강산에서 재개된 것이다. 그리고 볼음도에서는 몇 백 년을 헤어져 지내온 은행나무 부부가 멀리서나마 서로의 안부를 전할 수 있도록, 일 년에 한 번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그날(칠월칠석)에 은행나무 부부를 위로하는 행사가 벌어졌다. 그렇게 우리는 평화를 향한 또 한 걸음을 내딛었다.

는 한가위를 맞아, 지척에 고향을 두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강화지역 이산가족들의 사연을 전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평화를 향한 한 걸음 한 걸음들이 모여 평화로 풍성한 한가위가 되길... 그래서 남과 북 모두가 함께 하는 한가위가 되길... 한반도 밤하늘에 떠오른 둥근 보름달을 보며 빌어본다.